천안 감성여행
광덕산,광덕사

“겨울의 온도”

광덕산,광덕사

가지위에 눈꽃이 핀 모습

‘겨울이 원래 이렇게 시끄러웠나.’

‘춥긴 되게 춥네’

하얀 눈이 펑펑 쏟아져 세상에 쌓이면 그만큼 소음도 같이 덮어준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그렇지만은 않나 보다.

겨울 숲길

길이 미끄러워서인지 건물과 건물 틈새 곳곳까지 자동차의 호들갑스러운 소음들이 날카롭게 울려 귀를 찌른다.

온몸을 덜덜 떨며 머릿속에 불만들이 가득 메워간다.

겨울 숲길을 걷고있는 등산객 두명

도시는 편리하지만 기계음의 홍수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기란 어렵다.

연말연시 특유의 활발함도 좋지만 눈부신 네온과 혼잡함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

겨울산 속 풀 눈에 묻혀있다.

겨울의 피한지로는 역시 사찰이 좋다.

아무리 추워도 어째서인지 포근한 기분을 느끼기에 겨울에 더욱 그 자태를 뽐내며
또 다른 세상의 분위기를 풍긴다는 광덕산의 광덕사로 향한다.

이뭣고 비석

천안역에서 버스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종점 ‘광덕사’에 도착한다.

광덕사 이정표를 향해 가는 길에는 ‘이뭣고’라고 쓰인 비석이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가의 화두로 내가 내 몸안에 존재하고 있는 내 마음을 찾는 것이라 한다.

유청신 공덕비,호도전래 사적비

불가의 화두를 묻는 ‘이뭣고’ 비석을 지나 광덕사로 향하는 길에 ‘유청신 공덕비’와 ‘호도전래사적비’를 만날 수 있다. 광덕산이 있는 광덕면은 호두로 유명하다.

1290년 고려 충렬왕 16년에 유청신이 원나라에 왕을 호종하고 돌아오는 길에 호두나무 묘목과 열매를 가져와 묘목은 광덕사 경내에 심고 열매는 유청신 집 앞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광덕사 일주문 전면에는 ‘태화산광덕사’ 이라 적혀있다. 광덕산은 태화산으로 불렸는데 조선 초에 이르러 광덕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일주문을 지나 후면을 바라보면 ‘호서제일선원’이라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제1관문을 지나며 호서제일선원인 광덕사로 향한다.

일주문 옆으로 길이 조성되어 있지만 굳이 일주문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해야만 진정 속세를 벗어나게 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광덕사적비,광덕사 전설의 고향비

일주문 안쪽에는 ‘광덕사사적비’와 ‘광덕사 전설의 고향비’ 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석 안의 작은 불상이 보내는 시선이 왠지 따스하게 느껴진다.

수령 470년의 보호수,느티나무

광덕사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호두나무가 있다고 하던데 일주문 근처의 거대한 나무가 보인다.

‘이뭣고?’ 호두나무가 아니라 수령 470년의 보호수, 느티나무다.

극락교를 걷넌느 모습

소복소복. 쌓인 눈을 밟으며 극락교를 지나 광덕사에 다다르자 그 유명한 호두나무가 광덕사 보화루 앞을 지키고 있다.

광덕사 앞 호두나무

광덕사 앞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령 400년 정도로 추정된 호두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고려 충렬왕 16년에 영밀공 유청신이 가져와 아직도 열매를 맺고 있는 호두나무가 눈앞에 있다.

지역 주민들이 노력으로 천안시 광덕면 광덕리는 호두의 주산지가 되었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호두가 열린다고 하니 성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보화루

호두나무 뒤편에는 2층 누각으로 지어진 보화루가 있다. 그곳을 오르니 광덕사 사찰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연꽃모양 돌조각품

광덕사는 광덕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다.

652년 자장이 창건하였고,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버렸으나 1981년 대웅전과 천불전을 새로 증축하였다.

광덕사의풍경

광덕사에는 많은 문화재가 보존되어 오고 있다.

광덕사의 풍경2

보물 제390호인 고려사경, 충남문화재자료 제246호인 대웅전, 충남문화재자료 제247호인 천불전,

충남유형문화재 제120호인 광덕사3층 석탑 그리고 천안을 대표하는 상징 중의 하나이자

천연기념물 제398호로 지정된 수령 400년 호두나무까지 많은 세월의 가치를 만나볼 수 있다.

광덕사의 풍경3

보화루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대웅전과 그 옆에 명부전이, 양옆으로 적선당과 육하당이 보인다.

대웅전

현재의 광덕사 대웅전은 1872년에 중건했던 것을 1983년에 해체하여 당시보다 크게 복원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대웅전 해체 때 발견된 대형 주춧돌이 통일신라의 양식을 하고 있어 그 창건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대웅전 앞 삼층석탑

대웅전 앞에 세워져 있는 삼층석탑은 유형문화재 제 120호로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 사이에 건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약간은 마모된 석탑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보물지정기념비

대웅전과 적선당 사이에는 1997년 6월 12일 보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여 세운 보물지정기념비가 있다.

둘째 아들 효령대군이 사경한 부모은중경과 장수멸죄효제동자 다라니경이 보물 1247호로 지정되었다.

 530년 수령의 느티나무

적선당과 대웅전 사이의 언덕에는 53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광덕사를 지키고 있다.

그 아름답고 고고한 자태에 마음을 뺏겨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감상한다.

목탁

적선당에서 나온 한 스님이 하얀 눈 사이로 총총 뛰어 대웅전으로 향한다.

그 모습을 대웅전 앞 양지에서 쉬고 있는 고양이가 지긋한 눈으로 바라본다. 부처처럼 인자한 표정을 한 고양이는 하나도 춥지 않는 듯 하다.

대웅전 앞 앉아있는 고양이

스님의 불경 소리가 시작되자 대웅전 앞 고양이는 따라 부르듯 야옹대기 시작한다. 왠지 평화롭다.

광덕사 내부 풍경

광덕사는 사시사철 정적이고 고요한 아름다움을 가졌다.

대웅전 처마 및 메주들

하얀 눈은 이곳을 세상에서 벗어난 또다른 세상으로 만들었다.

작은 눈사람 하나

속세를 벗어났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한다.

종

인기 있던 한 통신사의 광고카피가 떠오른다.

대웅전 풍경

핸드폰은 잠시 꺼두는 게 좋겠다.
이 순간 인공음이 울린다면 간만에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스스로의 정신에게도 민폐이다.

대웅전 풍경2

어디를 둘러봐도 광덕산의 나무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 시야가 트인다.

사찰의 벽화 속 수도승

사찰 벽화 속 수도승의 따스한 표정과

누군가 소원을 적어둔 기와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이 담긴 풍경이 이 겨울의 온도를 올려준다.

기와 및 늘어져있는 고드름

기와 결마다 고드름이 길고 날카롭게 늘어져 반짝이며 겨울의 광덕사를 장식한다.

기와 및 종

풍경소리만이 맑게 울린다. 그 소리에 얼어있던 정신의 살얼음이 깨지며 산자락의 계곡물처럼 천천히 졸졸졸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반복되는 고민들과 생활들이 오히려 몸과 정신을 굳게 만들었나 보다.

눈속을 걷는 모습

명부전과 육화당 사이로 산신각, 천불전 안내판이 보인다.

명부전 앞에서 만난 스님이 천불전과 산신각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멋있다는 말씀에 그곳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살얼음이 동동 뜬 시원한 약숫물도 한잔 들이킨다.

산신각 풍경

여러 개의 계단을 올라 산신각에 도착했다.

산신각 앞의 고양이 발자국

산신각 앞 발자국 중에 고양이 발자국이 눈에 띈다. 고양이도 어떤 마음을 전하러 이곳까지 왔다갔나보다.

산신각에서 바라본 화엄교와 천불전의 풍경

산신각에서 바라본 화엄교와 천불전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천불전은 모든 중생이 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천불을 모신 전각이다.

천불전 풍경

천불전은 충남 문화재자료 제 247호로 원래 있던 건물을 철거하고 1975년에 새로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1998년 화재로 소실되어 1999년에 다시 복원했다.

천불전에서 바라본 화엄교와 산신각 풍경

천불전에서 바라본 화엄교와 산신각 풍경 또한 눈과 마음을 사로 잡는다.

산새

광덕산의 토박이인듯한 처음 보는 산새와 고라니가 낯선 속세인들을 호기심 어린 얼굴로 바라본다.

달아나는 고라니

힐끗 보고 달아나는 고라니를 보자니 항상 해왔을 평온한 산책을 방해한 이방인이 된 것만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한다.

눈으로 덮인 땅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회색 도시이지만 자연에 동화된 광덕사는 종교를 떠나 우리 마음의 휴식처이자 치유 공간으로 언제나 함께 하길 바란다.

세상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니, 눈앞에 보이는 모든 법은 단지 인연따라 일어난 것일 뿐 거기에는 나도없고 느끼는 자도 행위하는 자도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착한 일이건 악한 일이건 그 업은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  유마경

흰 눈에 덮인 사찰이 마음에 고요하고 따뜻하게 녹아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