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박물관

안녕하세요, 천안박물관 학예사 유수연입니다.

어느덧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든 시민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라며 이달의 유물 소개해드립니다.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특별히 천안박물관에서 토끼와 관련된 유물을 찾아봤습니다.

<문자도>

8폭의 문자도 병풍이 있습니다.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효제충신예의염치’라는 여덟자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여기서 토끼가 보이시나요?

가장 왼쪽에 있는 그림, 부끄러워할 치(恥)자를 그린 부분을 자세히 보면 반짝이는 무언가와 탑, 매화가 보입니다.

하늘에 떠있는 것은 달이고, 그 안에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었네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흔히 달을 보며 그 오묘한 무늬가 방아를 찧는 토끼라고들 해요.

이러한 내용은 고구려시대 고분벽화(진파리 1호 무덤, 개마총)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꽤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은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 믿었나 봅니다.

이 문자도에서도 첫 번째 그림에서 나라를 위해 절개를 지켰던 백이, 숙제 고사의 내용※을 ‘치(恥)’라는 글자에

청절을 상징하는 달, 그리고 매화나무와 더불어 그려냈고 달 속에는 어김없이 토끼가 등장합니다.

‘치’ 문자도에는 굶어죽을지언정 부끄럽게는 살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있는데요.

백이, 숙제와 토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달을 그리며 그 안에 살고있을 토끼가 함께 그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어렵기만한 유교의 기본 개념이 시각적으로 풀어낸 이 문자도를 통해 민간에까지 널리 보급되었으니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중국 은나라가 망하고 주나라가 세워지면서, 은나라 고죽국 왕자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를 섬기기를 거부하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죽었다고 함.

특별한 유물 속에 숨겨진 올해의 동물 토끼 찾기, 재미있으셨나요?

다음에도 재미있는 유물과 이야기를 찾아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 문자도, 천안박물관 소장. (가로*세로 99*34)